서재

서재 과거편 #1 - iCon 스티브 잡스

ebangin127 2012. 6. 30. 19:44

이 책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읽자마자 이 책에 매료되어 해마다 수십 번씩 읽어 이제는 책 표지만 봐도 전체 내용이 기억나고장의 제목을 보면 세부 내용까지도 기억날 정도이다. 이 책과 나는 마치 손정의와 료마가 간다의 관계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또 펴는 이유는 이 책은 위인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기(傳奇)적 소설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걸쳐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진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그는 스티브 잡스가 위인전에 나올법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한 인간의 생애를 가감 없이 표현해낸 이 책에서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 업계에서 쫓겨나기도 하고거기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말하듯이 모든 인간은 모순덩어리이며나도 그렇다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스티브 잡스의 실수투성이인그러나 위대한 인생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이제 내용을 약간 보여주자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신기한 점은 소설 등의 문학작품과 달리 스토리를 미리 보고 책을 봐도 재미있다는 거다. 참고로 그의 인생을 다뤘던 한 책의 저자는 그의 인생을 두고 '드라마로 만들기에도 비현실적'이라고 하였다.)

미혼모의 예정에 없었던 한 남자아이가 잡스 부부에게 입양된다.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이 붙은 그 아이는 초년부터 표현 욕구가 크고고집이 센 아이로 자라난다.

그러다 그는 다른 실리콘밸리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전자공학의 세계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과는 달리 그는 정신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가져 선불교에 깊이 몸담는다.

그러던 도중 고등학교에서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친구를 만나 그와 함께 애플을 차린다.

둘의 합작인 애플 II는 성공했지만스티브 워즈니악은 기술적인 데 더 관심이 많았고 둘의 알력이 결국 워즈니악이 애플을 나가는 참혹한 결과를 빚어낸다그 와중에 만들어낸 잡스의 작품인 매킨토시는 최초의 GUI 형식 컴퓨터로인터페이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했고그 결과로 후에 잡스 역시 그가 들인 경영자에 의해 회사에서 반 강제로 나가게 된다.

그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애플에서 핵심 기술진만 골라서 뽑아내어 넥스트라는 회사를 차려 새로운 모험을 단행했으나 또 실패했다.

그러나 조지 루카스에게서 픽사를 인수하는 모험을 강행흥행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마침내 디즈니를 뛰어넘는 애니메이션의 황제가 되어 위기에 빠진 애플과는 대조적인 길을 걷는다그러나 그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애플로 돌아왔다.

그는 애플만의 특성을 알기에 애플에 맞는 개혁을 실시하였고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벌이고혁신적인 신제품인 아이팟과 아이맥을 출시하여 애플을 흑자 회사로 만들었다스티브 잡스의 끝없는 도전을 통해 애플과 픽사의 신화는 계속되었다.

나는 위인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거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양반 중에서도 초 상류층의 자식이며태몽부터 다르고 어릴 때부터 행적을 보자하면 말 그대로 출중하다. 10대 때 장원급제는 기본이다마치 고전소설 주인공 같다.

위인전 제작사들은 그들을 아동용 '춘향전'처럼 나쁜 부분은 모두 잘라 버리고 완벽한 인물로 만드는 데만 신경 쓴다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http://thinkdifferent.tistory.com/939 - 이곳을 하나의 예로 들 순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건 이보다 훨씬 많다. 언젠가 수능 끝나고 한 번 정리해 올려보려 한다.)

물론 그들은 사람 하나를 끝없이 미화해 보기 좋은 위인 하나를 탄생시키는 일을 성공시켰다그들이 서술한 그 인물은 실제와는 다르지만 매우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볼 때 그들은 닿을 수 어떤 존재가 된다그만큼 출중한 존재는 신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저번에 에버그린 문고의 스티브 잡스를 보고 황당했던 이유도 그와 같다거기서의 스티브 잡스는 초년기의 거친 성격과 그의 매력인 카리스마가 거의 하나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스티브 잡스는 단점이 미화되면 장점마저도 가치가 떨어진다. 그는 장점과 단점이 말그대로 종이의 양면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의 장단점이 모두 존재할 때에야 그는 진정으로 더 멋진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는 불완전하다고로 그는 위대해질 수 있었고진정으로 본받을만한 인물이 되었다.



서재 과거편 시리즈는 모두 제가 10회 이상 읽었던 책들입니다.
제가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까지 읽었던 만큼 오류 없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글의 내용 중 오류가 있을 경우 바로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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