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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온 1기(~2012.6)/나래온 산들바람 소개

산들바람의 목표, 남을 밟고 올라서서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입증하겠다!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은데,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저는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남을 밟고 올라서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을 자신이 경쟁에서 밀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개가 꺾였다고 '생각하는' 인재들에게 가르쳐주는 것, 바로 제가 이과에 온 이유이자, 나래온을 세운 이유이자, 지금까지도 이 모든 힘든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로지 위에 잘 보이고 그들이 시키는 것만을 할 때,  그를 프로라고 부릅니다. 그들에게 프로란 'Professional(전문가)'이 아닌 'Pro re nata(임기응변)'인 셈입니다.

그 추세에 따라 아이들은 어릴 때 부터 사교육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을 합니다.
창의적으로 열심히 장난감을 만들고 부수고 할 시기에 대회 출제 유형을 배우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낄수도 있을 터인데 그 때에 따분한 입출력 프로그램이나 열심히 만듭니다.
그 속에서 일등이 아닌 친구들은 꾸준히 탈락합니다. 계속해서 (광고 카피에 따르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은상(2등)', 선생님도 돌아봐주지 않는 '장려상', 존재감조차 없는 '입상권 탈락'등을 거치면서 프로의 세계의 변방에 놓인 그들은 아마추어 취급을 받으며 끝없이 추락합니다.

산들바람은 아마추어의 작품입니다.

산들바람은 기술을 현실적 재화로 바꾸기 위해서 만든 '프로'의 작품이 아닙니다.
산들바람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날들을 로봇과 씨름해야 했고, 결국 몇몇의 기술을 개발하긴 했지만 산들바람의 의미는 그런게 아닙니다.
산들바람의 진짜 의미는 '컴퓨터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세칭 '프로'에게 강제로 집어넣느라 고생했던 그 기술들은 사실 컴퓨터가 훨씬 멋지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학생이 입증도 안 해주고 그냥 말하면 '컴퓨터가 그런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안 믿을 것이기에 만든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세상과 담합하여 상장으로 바꿀 줄 아는 똑똑한 세칭 '프로'라면 가지 않을 길입니다.




이 목표는 제가 의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이 경쟁사회에서 지킨다는 것은, 상당한 반대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 목표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이 세상에서 경쟁만을 보고 살아간, 그 중에서 1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꿈이 꺾인 수많은 학생들을, 1등을 제외한 모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2019년 1월 26일 추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위의 말을 사실로 만들었다. 기교의 시대는 내 생각보다도 빠르게 저물고 있다. 내가 이루지는 못한 일이지만. 어쨌건 그런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나는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살면서도 나름의 성과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도 변했다. 옛날에는 그렇게 되면 좌절했지만. 이젠 그렇게 되는 것조차 거부한다. 한국은 아직 '포기한' 세대지만, 일본은 이루지도 못할 꿈 따위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사토리 세대가 나타났다. 그들에게 경쟁을 붙여 어떻게든 싼 값에 성과를 끌어내보려던 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기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