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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서재 과거편 #4 - Beautiful Code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속아서 산 책’이다.

Beautiful Code를 사기 꽤 오래 전, 다른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갔는데 Code Craft의 내용을 보고 다음에 오면 꼭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에 와 보니 표지 디자인과 두께가 비슷해서(나중에 알고 보니 두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표지 디자인도 비슷하며, 페이지도 수 페이지 차이밖에 나지 않고, 심지어 가격마저 동일함) 의심하지 않고 구입하고 집에 오면서 보는데, 왠지 내용이 굉장히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도 끝까지 다 읽었는데, 얼마 후에 TV를 보다가 어떤 로봇 연구가의 책장에 Humane Interface와 Code Craft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는, 내가 사려 했던 것이 Code Craft였던 것을 알았다. 이런.

전문가도 아니고 이과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문과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내게 코드가 아름답다는 건 너무 어려운 얘기다. 거기다가 나오는 언어들이 너무 낯설고, 설명보다는 자신의 코드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라는 뜻으로 써놓은 거라서 그 언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나의 감상은 인상 깊었던 몇 가지 프로젝트의 내용면에서의 아름다움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임무를 위한 고신뢰성 전사적 시스템’이다. 이름도 참 길다. 그런데 내용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청소년용 과학 잡지 같은 곳에서나 나올법한 흥미본위의 내용을 기대했다면 천만의 말씀이다(물론 나 빼고 그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 장에서는 말 그대로 신뢰성이 다른 것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는 ‘버튼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기’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버튼 하나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그 난제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해결해 나간다. 함께 생각해보면서 그 해결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에 이런 데 관심이 있었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이다.

정말 10번 이상 읽으면서 이것밖에 이해를 못 했냐고 묻는다면 실제로 그렇다.

이 책은 다른 참고 서적이나 자료까지 찾아가면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3년간 15독을 하면서 이해한 내용이 이거다.

Humane Interface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욱 내공의 부족을 느꼈다. 이 책이야말로 정말 잘못 샀는지도 모른다(구입 일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잘못 산 게 맞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서 경험을 쌓고 정말로 아름다운 코드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뒤에 다시 읽을 수 있으므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혹시 아는가? 그 때는 다른 책들보다도 이 책이 더 도움이 되었다고 느낄지.



서재 과거편 시리즈는 모두 제가 10회 이상 읽었던 책들입니다.
제가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까지 읽었던 만큼 오류 없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글의 내용 중 오류가 있을 경우 바로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지적은 저의 힘이 됩니다.


2012. 6. 30. 추가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재미없고 영양가 없었던 책입니다. 프로그래머가 목표인 사람은 한 번쯤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무지 재미없는 책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겁니다.